항목 ID | GC046015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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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생활·민속/생활 |
유형 | 음식물/음식물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집필자 | 오영주 |
지역 내 재료 생산지 | 말 목축업 - 한라산 중산간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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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 죽 |
재료 | 말고기|쌀|참기름|소금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서 곡물에 말고기를 넣어 오래 끓여 쑨 죽.
[개설]
예전에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발 150~250m의 중산간 마을에서는 말 목축업이 성행하였다. 농번기를 피해 한가한 때 마을에 사는 가까운 사람들끼리 일정 금액을 각출하여 말을 구입하여 도축한 다음, 고기를 나눠가지는 ‘말고기 추렴’을 하였다. 말고기를 각자 집으로 가지고 가서 수육으로 먹기도 하고 밭벼쌀과 함께 잘게 썬 고기를 넣어 죽을 쑤어 먹기도 하였다. 말고기죽은 양이 적은 말고기를 사용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온 가족이 다함께 먹을 수 있는 별미 영양식이다.
[연원 및 변천]
말고기 식용 문화는 대부분 몽골의 유목 문화에서 유래하였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13세기 말 몽골 목장이 신설되어 말의 생산이 크게 증산됨에 따라 신체적으로 이용 가치가 적은 말들을 식용하면서부터 말고기 식용 문화가 퍼져나갔을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매년 겨울철이 되면 궁중의 제사 음식으로 말고기 육포를 만들어 진상하였다. 그러나 말의 공급이 부족하자 조정에서는 말고기 섭취 금지령을 내려 말의 도축을 엄격하게 제한하였다. 하지만 몽골인들과 함께하면서 익혀온 말고기 식용 습관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았다. 원래 몽골인들은 말고기를 제사 희생물로 잡아 의례를 마치고 함께 음복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에는 자연재해가 빈번하여 기근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이 절대 부족하였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말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토풍에 젖은 제주인들은 민가에서 여럿이 모여 말고기를 아름아름 추렴하여 나누어 먹었다.
한편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제주 한림에 말고기 통조림 공장을 세워 태평양전쟁을 위한 군사 식량으로 일본에 공급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제주에 말고기 식용문화가 남아 있는 것은 면면히 이어져 온 오랜 추렴 문화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제주의 말고기 식용 문화는 제주인들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만들어 온 식문화유산이라 하겠다.
[만드는 법]
쌀은 물을 넉넉히 넣어 2시간 정도 불린 뒤 소쿠리에 건져 놓는다. 말고기는 살코기를 사용하며, 심줄을 제거하고 잘게 썰거나 다져 준비한다. 센물에서 냄비에 참기름을 소량 붓고 말고기를 넣어 볶는다. 냄비에 불린 쌀을 붓고 볶다가 물을 쌀의 6~7배 정도 넉넉히 부어 약한 불에서 저어가면서 뭉근히 끓인다. 쌀알이 흠씬 무르익으면 소금으로 간을 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서귀포 속담에 말고기 음식 문화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말궤기론 떼 살아도 쉐궤기론 떼 못산다”[말고기로는 끼니가 되어도 쇠고기로는 끼니가 안 된다], “ 정골은 쉐 정골 줘도 안 바꾼다”[말 사골은 쇠 사골을 줘도 안 바꾼다], “은 간광 검은지름[대창자] 봥 잡나”[말은 간과 내장을 먹기 위해서 잡는다], “똥도 참지름 발랑 구민 먹나”[말똥도 참기름 발라서 구우면 먹는다] “말 한 마리 다 먹고 말좃내 난다고 한다”, “말 잡은 집에 소금이 해자(解座)라”, “ 죽은 밭에 까마귀같이”, “말 죽은데 금산 체장수 지켜보듯 한다.”, “말고기를 먹으면 어지럼증에 좋다”, “애기 가져서 말고기를 먹으면 좋다” 등등 서귀포 토박이들이 얼마나 말고기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말들이다.
반면에 “말고기를 먹으면 3년 재수 없다”, “말고기를 먹으면 과월 난산 한다”는 말도 있다. 이 때문에 서귀포에서는 아직도 말고기는 부정한 고기라는 인식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토박이들은 명절이나 제사 또는 관혼상제 등 집안의 대소사를 앞두면 말고기 먹는 것을 기피한다. 또한 “말고기 삶는 데 가지마라”는 속담에서 이러한 말고기 터부현상을 유추할 수 있다. 이 말의 속뜻은 말고기 삶는 데 얼씬거리다가 얻어먹은 것 없이 애꿎게 말도살 누명을 써서 관원에게 오해를 살 수 있어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속담들은 서귀포 주민들이 말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조선시대의 위정자들이 얼마나 금기시 했는지를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