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601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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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濟州道-草家 |
분야 | 생활·민속/생활,문화유산/유형 유산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집필자 | 신석하, 양성필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지역에 있는 전통 초가.
[개설]
민가(民家)라는 것은 항상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 환경의 독자적인 성격으로 인해, 지역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게 마련이다. 제주의 초가(草家) 역시 제주 지역이 갖는 독특한 인문 환경과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한 민가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서귀포 지역에도 이러한 민가 형식의 초가가 다수 중요 민속 자료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형성 환경]
1. 인문 환경
초가의 배치 형식이 마당을 중심으로 한 구심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육지의 가옥과 보편적인 유사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살림집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ㄱ’자나 ‘ㄴ’자와 같은 꺾인 평면을 하면서 규모를 키우지 않고, 별동 형식으로 여러 채가 한 가구를 구성하는 점이 육지의 가옥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치 형식은 육지부의 가옥들이 주로 남녀의 공간 구분 통해 안채-사랑채의 분화를 보여주는 것에 비해 제주의 가옥들이 안거리-바깥채로 분화를 보여 주는 것은 주로 부모 자식 간의 세대 간 공간 구분에 의한 것이다.
2. 자연환경
해양성 기후가 뚜렷한 제주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가옥의 형태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볼 수 있다. 가옥의 대지를 주변 도로보다 낮게 설정한다는 점이나, 낮은 물매의 초가지붕과 초가를 단단히 옭아매는 누름 줄, 구부러진 올레, 높은 돌담과 가옥의 외부를 밀폐된 덧벽으로 감싼다는 점, 창호를 보호하는 판장문 등 바람의 영향을 보여 주는 형태적 요소들이 매우 많다. 특히 이러한 특징들은 한라산 남쪽보다는 겨울 북서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한라산 북쪽 지역의 민가에서 더욱 강하게 볼 수 있다. 제주의 민가가 육지부와 달리 7량집의 가옥 구조를 하고 있는 것도 바람에 저항하기 좋은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제주는 육지에 비해 대단히 많은 강수량을 보인다. 다행히 토질이 자연 침투가 용이하여 비로 인한 피해는 많지 않지만, 풍채와 같은 시설이 발달한 것도 비가 많은 자연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제주의 민가는 기본적으로 ‘ㄱ’자와 같은 꺽인 형태의 평면이 없는데, 지붕골이 없는 초가의 형태는 많은 강수에도 유리한 형태가 된다. 올레의 길옆에는 비가 오면 딛고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팡돌을 놓기도 하는데, 이러한 요소요소가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들어 낸 제주 사람들의 문화유산인 것이다.
[살림집의 구성]
제주 민가의 가옥 구성은 마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가운데 마당을 두고 안거리와 밖거리, 그리고 모거리 등으로 구성되는데, 통상 안거리가 살림의 중심이 된다. 밖거리는 온전한 살림집일 경우도 적지 않지만 형편에 따라서는 이문간을 겸하거나, 헛간이나 쇠막 공간을 겸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밖거리를 손님의 접객 용도를 목적으로 짓는 경우도 있으며, 또는 정지만을 별개의 동으로 건축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 형태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밖거리가 안거리와 함께 살림집으로 같이 지어지는 경우에 형태적으로는 밖거리가 안거리보다 더 작게 만들어지거나 차별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 집의 살림의 중심은 안거리에 거주하는 세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집안의 제사를 할 때에도 반드시 안거리에서 하게 되며, 마을일에 참여를 할 때에도 반드시 안거리의 세대를 그 집의 대표로 내 세운다.
모거리의 용도는 살림집이기 보다는 대개 쇠막이나 헛간 등의 용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팎거리의 구성에 있어서 ‘ㄱ’자 배치를 취하면서 모 방향에 밖거리를 두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안거리를 마주하지는 않지만, 모거리라고 하기보다는 밖거리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따라서 모거리라는 이름은 살림집보다는 헛간 등의 용도일 경우에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1. 외부 공간
제주 민가의 외부 공간은 크게 보면, 올레와 마당, 그리고 안뒤 공간이 대표적이다. 올레는 거릿길에서 집안으로 진입하는 개인적인 길을 일컬으며, 올레의 구부러진 형태는 바람의 세기를 줄이는 자연환경적 이유와 외부의 불길함을 막는다는 신앙적 해석, 살림집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기능적 원인 등 다양하게 설명이 가능하다. 마당은 농촌의 일상적인 작업 공간이기도 하면서, 상례와 결혼식 등이 이루어지는 가정 내 행사 공간이기도 하다.
안뒤 공간은 가옥의 뒤쪽 공간을 폐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곳인데, 주로 장독대를 시설하는 극히 여성적인 공간이다. 특히 육지부의 장항을 신체로 여기는 신앙적 믿음과 같이 제주에서도 안뒤 공간을 신성히 여겨 밖칠성을 모시기도 한다. 이러한 폐쇄적인 안뒤 공간은 제주에서는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특이한 여성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제주 민가에서 마당으로의 진입이 대문 없이 개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비교한다면, 주부생활과 연관된 안뒤 공간을 특별히 따로 폐쇄적인 개인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제주인들이 그만큼 외부 공간을 섬세하게 다루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2. 내부 구성
제주도 전통 가옥의 기본적인 목조 뼈대의 구조는 전후퇴를 갖는 2고주 7량식집을 하고 있다. 대개 육지부의 민가가 5량의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부재수를 가지게 되는 7량의 구조를 하고 있는 것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예외를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초가의 경우에는 곱은 집이 없이 일(一)자형의 평면을 하고 있다.
이러한 뼈대 구조는 실내의 공간을 앞뒤로 공간이 겹치는 겹집 구조를 만들면서도 전후의 퇴를 만들기에 용이하다. 이러한 구조 방식은 바람 많은 제주에서 횡력에 저항하기에 좋은 구조일 뿐 아니라, 공간의 수에 비해 외피 면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단열에도 효율적인 구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가옥 내부의 공간 구성을 보면 살림집의 경우 일반적으로 세 칸을 이루는 경우가 많으며, 보편적으로 세 칸의 경우 가운데 칸을 앞뒤가 트인 상방을 만들고, 좌우측의 한 칸은 정지 공간을, 그리고 다른 한 칸은 큰구들과 고팡 공간을 만드는 게 보편적인 구성 방식이다. 그리고 큰구들에는 난방을 위한 굴묵이 따라 붙게 된다. 이렇게 큰구들과 고팡, 그리고 굴묵이 조합된 공간 구성은 제주 민가의 매우 보편적인 형식으로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에, 정지가 있는 칸은 공간의 분화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정지의 출입 방향, 작은 구들과의 조합 방식·챗방의 유무·중마루의 시설 등으로 공간 구성이 다양하다. 특히 챗방은 가족들이 식사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챗방이 정지 안에 일부 공간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으나, 한 칸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챗방은 주부동선을 짧게 하여 가사 노동을 경감시키는 기능적인 공간 구성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 칸 위주의 제주 민가의 형식을 네 칸의 형식으로 분화가 가능케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황]
제주도 서귀포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전통 가옥은 대부분 성읍 민속마을을 중심으로 소재하고 있다. 성읍 민속마을은 조선 시대 정의현의 도읍지로서 일제가 정의와 대정, 2개 군(郡)을 폐지할 때까지 현청 소재지였다. 이에 조선 500년의 오래된 역사가 고스란히 성읍 민속마을에 담겨져 있으며, 산간 마을 읍성의 기본 형태를 가장 사실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특히 성읍 민속마을 내에는 제주의 전통 초가집으로서 중요 민속 자료로 지정된 초가 5채의 문화재가 자리잡고 있다. 성읍 조일훈 가옥[중요 민속 자료 제68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872번지], 성읍 고평오 가옥[중요 민속 자료 제69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859번지 외 1필지], 성읍 이영숙 가옥[중요 민속 자료 제70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799번지], 성읍 한봉일 가옥[중요 민속 자료 제71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928번지], 성읍 고상은 가옥[중요 민속 자료 제72호,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862번지]이 서귀포 지역을 비롯하여 제주도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초가들이다.
이들 가옥의 대부분은 성읍 민속마을 성곽 주변에 위치하였는데 가옥의 내부 및 외부 공간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제주 초가의 특징을 잘 표현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