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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9C020201
지역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창언

[회천의 범람으로 농사 환경이 변한 야정들]

도진리는 동쪽과 남쪽, 북쪽 삼면을 산이 에워싸고 있으며, 서쪽으로는 가야산에서 발원한 모듬내[회천]가 흐르고 있다. 현재 도진리 사람들의 주요 생업인 농사는 마을의 남쪽에 위치한 도진들과 회천 건너편의 너른 야정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회천에 제방이 완성되기 이전에는 물길이 일정하지 않아 농지가 변경되기 일쑤였다.

홍수가 질 때마다 물길이 바뀌어 도진리 방면으로 흐르던 물길이 서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야정리 방면으로 변경되거나 그 반대의 현상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물길이 야정리 방면으로 이어지면 야정들은 서원들이 되는데, 이는 도진리문연서원 자리에서 강을 건너지 않고 들에 갈 수 있는 서원 앞에 위치한 들이라는 뜻에서부터 유래된 이름이다.

어쨌든 이렇게 물길이 바뀔 때마다 도진리 방면 물길과 야정리 방면 물길이 번갈아 야정들을 끼고 흘렀고, 두 물길 사이에 위치한 야정들은 농지가 기름져서 예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주요 농지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병자년 대홍수 때 회천이 크게 범람하여 야정들을 휩쓸면서 기름진 농지가 사질토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논농사보다 수박이나 감자, 고구마, 깨 등의 밭작물 재배가 성행하였다.

특히, 미곡 생산보다 소득 작물 재배를 권장했던 1980년대 초반부터 도진리 사람들은 수박과 감자 재배에 집중하였다. 토질과 기후 조건이 적당한 야정들에서는 수박의 수확이 좋았다. 사질토로 변한 야정들은 배수가 잘 되었고, 회천으로부터 용수 공급도 용이했기 때문이다. 또한 파종에서 수확까지 기온이 계속 오르는 시기인데다 수박의 성수기인 복날을 전후해 수확함으로써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도진리의 수박 농사는 도진리보다 따뜻한 경상남도나 더 추운 안동 지역 등지에 비해 출하 시기에서 유리했던 것이다.

[시설 재배가 보편화되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황사와 산성비의 영향으로 더 이상 노지에서 수박을 재배하기가 어려워졌다. 병충해의 피해와 함께 환경오염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도진리의 수박 농사는 노지 재배에서 시설 재배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시설 설치로 인해 늘어나게 된 투자 비용을 제대로 조달하기 어려웠던 도진리 사람들은 파이프 대신 대나무를 골격 골재로 사용하였다. 노지에서 수박을 재배할 당시에는 도진리의 50여 농가가 수박 농사에 참여했는데, 시설 재배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40여 가구로 줄어들었다. 현재는 약 20여 농가가 전적으로 시설 재배 방식을 이용하여 수박을 재배하고 있다.

수박 농사는 농가별로 이루어지는 딸기 농사와는 달리 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재배의 전 과정에서 품앗이를 해야만 가능하다. 특히, 시설을 설치할 때에는 이웃 농가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골격의 휨 작업을 비롯하여 많은 공정을 이웃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함으로써 투자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벼 수확을 마친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수박 농사를 적기를 놓치지 않고 해 내려면 이웃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설 재배가 보편화된 1990년대 초반부터 수박 농사에서 품앗이도 보편화되었다.

시설 재배가 보편화되면서 농산물의 환경오염 방지 및 수확 시기 조절, 물대기의 조절이 가능해졌지만, 경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는 농가의 어려움으로 작용하였다. 수박 농사를 짓기 위한 시설 한 동의 면적은 약 660㎡로서 가로 5~6m에 세로 100m 정도의 크기로 조성된다. 이러한 시설을 농가당 적게는 세 동에서 많게는 서른 동을 건립하여 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현재 이 같은 시설 한 동을 건립하는 데 약 30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 외에도 소모품 경비와 출하 경비 등을 제하면 수박 농사에 따른 소득은 크지 않다. 반면 시설 설치와 유지에 따른 공산품값과 비료값의 인상은 지속되어 수박 농가의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도진리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품앗이를 통해 일손과 정을 나누면서 수박을 재배하고 있다.

[정보제공]

  • •  박해동(남, 1954년생, 우곡면 도진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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