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A02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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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대가야읍 연조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동락 |
[대가야로의 시간 여행 길잡이]
대가야읍 연조리는 1600년 전 대가야의 궁성을 비롯해 관아 건물이 즐비한 중심지였다. 이 대가야 사람들은 사후(死後) 세계를 현세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계세(繼世) 사상을 지녔다. 그 때문에 연조리를 중심으로 생활하던 대가야의 왕과 왕족, 귀족 들이 죽으면 뒷산인 주산 능선 위에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덤 속에는 내세(來世)에서 사용할 각종 물품과 자신들을 돌볼 사람들을 함께 순장시키기도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가야 시대 무덤들이 바로 지산동 고분군이다.
2010년 조사된 고분의 수는 봉토가 있는 것만 자그마치 700여 기가 넘는다. 150여 년간 700여 기가 만들어졌으므로 1년에 평균 4.7기 이상의 대형 고분이 축조된 셈이다. 대가야 시대 연조리의 왕궁 뒷산에서는 매일 무덤을 만들고 장례를 벌이는 풍경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1600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고령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지산동 고분군이다. 그리고 지산동 고분군이 있는 주산 산기슭에는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등 고령군의 역사와 문화 관광 명소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사람들이 있다. 대가야 시대 복장을 입고, 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관광객을 맞이하는 이들이 바로 고령군의 문화관광해설사들이다. 관광객들은 이들을 따라 시간의 타임머신을 타고 1600년 전 대가야 시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문화관광해설사들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시간 여행의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문화관광해설사회’는 2009년 8월 20여 명의 문화관광해설사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다. 회장은 이용호[1953년생] 씨가 맡고 있다. 고령문화관광해설사회는 원래 고령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대가야문화지킴이’ 모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고령문화관광해설사회는 고령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고령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 문화유산을 연구하며,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 등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되기 위해서는 고령군과 경상북도 등에서 실시하는 관광통역가이드와 문화관광해설사 과정 등 1년여에 걸친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그리고 해설사가 되고 나면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왕릉전시관, 우륵박물관,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산림녹화기념숲, 개실마을 등 고령의 여러 관광지에 대한 안내와 해설을 한다. 더불어 지산동 고분군, 양전동 암각화 등 고령의 문화유산에 대한 투어 가이드와 고령 문화재를 보호하고 홍보하는 역할도 한다.
현재 활동하는 해설사들의 연령대는 대체로 40~60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여성들은 주부가 많고 남자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집안이나 농사일을 처리한 여가를 활용하거나, 겨울철 등 농한기에 해설사로 활동한다. 해설사로 활동하는 날은 보통 1달에 20일 정도이며, 농번기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지역을 위한 일이라는 자부심으로 만사 제쳐놓고 해설에 임한다. 이들의 해설사 활동은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의 의미가 강하다.
해설사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주요 관광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의 경우 관람객에 대한 해설 시간이 보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관람객이 많을 때는 하루에 4~5차례 정도 해설을 하는데, 이럴 때는 점심 식사도 거르기가 일쑤다. 바쁘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기진맥진해지고 말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단다. 특히, 처음 해설을 할 때는 긴장도 되고, 목도 아프고, 발도 퉁퉁 붓는 등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해설을 다 듣고 난 후 대가야와 고령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할 때나, 해설을 잘 들었다고 음료수나 물, 사탕 등을 전해 줄 때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이것이 해설사 일을 하는 힘의 원천이고, 해설사 활동의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동력이 된다고 한다.
[고령문화관광해설사들의 사연들]
2010년 현재 20여 명 정도 되는 고령문화관광해설사들의 사연도 가지가지다. 이용호 씨는 농사짓는 농부 시인이다. 그간 『그리움의 끝에 서서』[2003년 발간], 『언젠가 너에게 추억이 되거든』[2009년 발간]이라는 두 권의 시집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고령을 찾은 관광객들은 농부 시인이 전하는 구수한 대가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구보타 지구사[1968년생]와 요네야마 유코[1964년생] 씨는 우리나라로 시집온 지 10년이 훨씬 넘은 일본 사람들이다. 일본 사람을 대상으로 일본말로 해설을 하지만, 우리 관람객들에게는 한국말로 유창하게 설명을 한다. 이렇듯 고령에 오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일본 사람이 설명하는 대가야와 고령의 역사도 배울 수 있다.
문창식[1933년생] 씨는 해설사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노령임에도 해설사 일에 젊은 사람 못지않은 열정을 지니고 있다. 구수한 입담과 해박한 지식을 갖춘 해설사의 명장으로, 특히나 재미있는 만담으로 관람객의 배꼽을 잡게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미숙[1965년생] 씨는 밤 농장의 주인아줌마로서 바쁜 시간을 쪼개 해설사회의 총무를 맡고 있는 살림꾼이다. 교양 있는 말씨와 깔끔한 매너로 소위 VIP 방문객의 안내를 도맡아 하는 해설사회의 일꾼으로 소문이 나 있다. 물론 그 외의 다른 해설사들도 고령과 대가야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서 관람객의 호평을 받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령문화관광해설사들은 고령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고도(古都)로 불리는 도시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고령군은 그 몇 되지 않은 도시 중 하나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왕국 대가야를 단순히 스쳐만 가지 말고,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마음껏 느끼고 몸소 체험하고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름다운 가야금의 선율에 빠져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고령으로 오면 문화관광해설사들을 통해 잊혀진 왕국 대가야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대가야의 역사와 향취를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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