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9C02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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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고령군 우곡면 도진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이창언 |
도진리처럼 종중 성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집성촌에서 마을의 제반사에 관한 의사 결정에 문중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특히, 상주인구의 90% 가량이 종중 성원으로 구성된 도진리와 같은 곳에서는 이러한 양상이 뚜렷하다. 동족이 아닌 마을 사람들은 면사무소와 보건소, 파출소, 농업협동조합, 마트, 학교, 교회, 음식점 등 면소재지의 특성을 반영한 관공서와 일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몇몇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도진리 동회 활동]
여타의 마을처럼 도진리에서도 마을을 대표하는 기구는 동회이다. 도진리의 동회는 이장, 새마을 지도자, 새마을 부녀회장, 노인회장 각 1명과 6개 반장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혈연관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각성 촌락에서는 마을 일을 규정에 따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을 전개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그러나 친족의 항렬과 대소가의 서열 관계를 중시하는 집성촌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예컨대 공동 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동회에서 정한 규정을 종중 성원들에게 곧이곧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도진리에서는 여섯 명으로 구성된 반장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동회 운영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다. 도진리를 구성하는 6개 반의 경계는 고령박씨 도진종회를 구성하는 세 개 지파 성원들이 거주하는 경계와 대략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도진리의 1반과 2반에는 장파, 3반에는 숙파 그리고 5반과 6반에는 중파의 성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도진리의 반장들은 가장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지는 동일한 지파의 성원들을 대상으로 동회의 제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도진리의 독특한 반 구성과 이를 활용한 반장의 활동으로 인해 동회는 비교적 용이하게 운용되고 있다.
[동회의 주요 행사]
도진리 동회의 주요 행사는 연중 두 차례 개최하는 동회와 정월 대보름 행사 그리고 5월에 군청의 보조와 각종 기금으로 행하는 경로잔치가 있다.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는 동회는 매년 7월과 12월에 개최된다. 매년 12월 그믐날을 즈음하여 개최하는 대동회에서는 한 해 동안의 마을 살림살이를 총결산하고 임원을 선출한다. 도진리 사람들은 농한기에 해당하는 매년 7월에 개최되는 동회를 통해 가구당 2만 원의 연회비를 납부하고, 음식을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시설 재배를 이용한 수박 농사를 짓기 이전에는 정월 대보름날 달집태우기를 비롯해 많은 행사를 했으나, 요즘에는 농번기에 해당하여 저녁에 윷놀이를 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도진리 여성 이장]
도진리의 모든 주요 행사를 주관하는 이장은 2008년부터 여성인 이명희[1956년생] 씨가 맡고 있는데, 이명희 씨는 우곡면에서도 첫 번째 여성 이장이다.
유래 깊은 집성촌에서 여성이 이장을 담당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 10여 년 동안 침체해 가는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진리 사람들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진리에서는 그동안 충효마을 사업이나 장수마을 사업과 같은 마을 단위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왔다. 예컨대 조상의 충효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충효관을 건립하거나 농악 교육과 원예 치료, 메주 띄우기, 국화 재배, 공동 참기름 작업장 조성, 환경 정비, 마을 공원인 도원공원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하였다.
대부분의 농촌과 마찬가지로 도진리에서도 이런 사업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여러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능력을 중시하는 인식이 싹틈에 따라 여성이 이장을 담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도진리에는 여타의 마을과는 달리 상조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도진종회를 구성하는 각 지파별로 긴밀하게 협력하여 집안의 큰일을 치르고 있다. 친족원의 대소사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집성촌에서 체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도 이러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정보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