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일제강점기 때의 세계적인 곤충학자.

[개설]

1908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나 13세인 1921년에 평양 종로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서울의 명문학교였던 숭실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지만, 이듬해 동맹 휴학으로 다닐 수 없어 중퇴하고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로 옮겼다. 졸업 후인 1926년 3월에 일본에서 손꼽히는 농업전문학교인 가고시마 고등농림학교를 조선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합격하였다. 같은 해 4월에 농학과에 입학하여 1년 동안 농·생물학을 전공하였으나 은사 오카지마 긴지[岡嶋銀次]의 권유로 1927년 4월에 박물과로 옮겨 나비 연구를 하다 1929년 졸업하였다.

1931년 4월부터는 모교인 송도고등보통학교 박물교사로 나비 연구를 하였으며, 1940년에는 미국인시류학회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1942년 3월에는 박물교사를 사직하고 개성에 있던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미생물학교실 생약연구소의 촉탁으로 근무하였고 1943년 4월 동 연구소에 제주도 시험장이 신설되자 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1945년 5월 수원 농사시험장의 병리곤충학 부장, 1945년 12월 조선에스페란토학회 창립 발기인, 1946년 9월 국립과학박물관 동물학연구부장, 1950년 6월 한국산악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활동사항]

모교인 송도고등보통학교에서 11년간 나비 연구에 전념하여 60만 마리가 넘는 나비의 무늬 수·날개 길이·색깔·띠 등을 일일이 측정하고 통계를 내어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시기 논문이 평생 발표한 논문 128편 중 97편을 차지하였다.

석주명이 창안한 ‘개체 변이에 따른 분포 곡선 이론’을 바탕으로 외국 학자들이 잘못 분류한 학명 중 844개를 바로잡았고, 한국 나비도 248종으로 최종 분류하여 1940년에『조선산 접류 목록』을 통해 발표했다. 『조선산 접류 목록』은 한국인의 저서로는 처음으로 영국왕립도서관에 소장됨으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자가 되었다.

석주명의 나비 표본을 높이 평가한 미국 모리스 박사는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석주명을 후원하였으며, 일본인 학자들은 석주명의 성인 세오키아(Seokia, Seoki)를 신종 나비 학명에 붙이기도 했다.

[저술 및 작품]

『한국산 접류(蝶類) 분포도』(1936)는 생물지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히며,『조선산 접류 목록(A 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1940) 역시 세계적 수준의 저작물로 평가받고 있다.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의 제주도 시험장 소장으로 부임해 있던 2년간의 짧은 체류 기간 동안 열정적으로 연구하여 1945년부터 1949년 사이에 제주도 관련 논문 10편을 발표하였다.

단행본으로『제주도 방언집』(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서-제주도 인구론-』(1949), 『제주도 문헌집』(1949), 『조선 나비 이름 유래기』(1950),『중등동물교과서』(1950), 『에스페란토어 사전』(1950) 등을 발간하였다.

미처 간행하지 못한 원고들이 후에 정리되어 『제주도 수필-제주도의 자연과 인문-』(1968), 『제주도 곤충상』(1970), 『제주도 자료집』(1971) 등으로 간행되었고, 『한국산 접류 분포도』도 동생 석주선에 의해 1973년에 다시 발간되었다.

[상훈과 추모]

1950년에 건국훈장을 받았으며, 1998년 4월에는 문화관광부 지정 이 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