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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900005
한자 岩刻畵-高靈
분야 문화·교육/문화·예술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북도 고령군
시대 선사/청동기,선사/철기
집필자 류영철

[개설]

암각화(岩刻畵)란 말 그대로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나 암벽 등에 새겨 놓은 그림을 말한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시베리아와 중국, 몽골 등의 동북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70년대 초 고령 장기리 암각화와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가 학계에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대략 20여 개소 이상의 유적이 발견·소개되었다.[〈표-1〉 참조]

1970년대 초 고령 장기리 암각화 등이 보고되면서 암각화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 연구가 진행된 지 벌써 40여 년이 지났다. 그간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면에서의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많은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 그 결과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신앙과 문화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주제로 인식되었으며, 특히 반구대와 천전리, 고령 장기리 암각화 등은 국보 또는 보물로 지정되어 국가적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다.

[영남 선사문화의 지표, 암각화와 바위구멍]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암각화는 전라남도 여수시 오림동과 전라북도 남원시 대곡리의 유적을 제외하면 모두 영남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그 입지를 살펴보면 주로 남·동해의 해안이나 그와 연결된 강과 하천변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 특히, 영남 지역의 경우 남해안[남해군]과 동해안[포항시] 그리고 태백산에서 발원하여 영남을 관통하며 남해로 흘러 들어가는 낙동강과 그 지류[고령, 영천, 안동, 영주, 밀양], 동해안으로 흐르는 형산강[경주, 포항], 태화강[울산] 유역 등이다.

이처럼 암각화는 주로 한반도의 동해안·남해안이나 이들과 연결된 강의 중상류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데, 전체의 90% 이상이 영남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호남의 여수, 남원 지역 등도 모두 영남 지역과 인접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암각화는 영남 지역 선사 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암각화의 내용은 크게 반구대와 같이 물고기나 짐승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과 장기리 및 천전리 등 동심원·타래 무늬와 같이 대상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그와 함께 봉평리나 인비리·오림동 암각화와 같이 석검·동모(銅矛) 등을 새긴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암각화는 장기리안화리와 같은 동심원과 신면형((神面形)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불어 암각화와 함께 소위 성혈(姓穴)[바위구멍]이라 불리는, 바위 면에 둥근 구멍을 파 놓은 바위구멍 유적이 있다.

우리나라 암각화와 바위구멍의 분포 범위를 살펴보면, 전자는 여수 및 남원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주로 영남 지역에서 발견되며, 후자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차이를 보이나 모두 바위면 위에 표현하고 있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 유적들은 문헌 자료가 전하지 않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신앙 및 사유 체계는 물론 삶과 문화 등을 알려 주는 중요한 자료들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고령의 암각화와 바위구멍 현황]

우리나라의 암각화 연구에서 고령 지역이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은 매우 높다. 고령 장기리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학계에 처음으로 소개되면서 암각화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다. 뒤이어 안화리 암각화지산동 고분군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고분의 개석에서 암각화가 발견되기도 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봉평리 암각화가 새롭게 확인되어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윷판형 등 바위구멍 유적도 매우 많은 수량이 소개되고 있다.

고령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암각화 유적으로 특히 유명한 것이 대가야읍고령 장기리 암각화쌍림면안화리 암각화, 대가야박물관이 위치한 지산동 고분군지산동 30호분 개석에 새겨진 암각화, 운수면 봉평리봉평리 암각화 등이다. 또 바위구멍 유적은 쌍림면 산당리하거리·송림리·안화리, 성산면 무계리, 대가야읍 본관리·지산리, 운수면 월산리·화암리·대평리, 우곡면 도진리 등에 위치하고 있다. 바위구멍 유적은 주로 자연 암반 위에 구멍을 새겨 놓은 경우가 많고, 지석묘의 상석 위에 구멍을 새겨 놓은 경우도 확인된다. 여기서는 이들 암각화와 바위구멍 유적의 특징을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고령 암각화와 바위구멍 유적의 특징]

현재까지 고령 지역에는 고령 장기리 암각화를 비롯해 모두 23개소에서 암각화와 별자리·윷판형 바위구멍 유적 등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표-2〉 참조] 먼저, 장기리·안화리·봉평리 암각화지산동 30호분 발굴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개석의 암각화 등 4개소의 암각화 유적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산당리 유적 등 15개소에서 윷판형 및 별자리형 바위구멍 유적이 발견되었다. 또한 어곡리 지석묘 등 4개소의 지석묘 상석 위에서도 바위구멍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고령 지역은 분포의 밀집성과 표현 내용의 다양성 등에서 명실상부 ‘암각화의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고령 지역에서는 양전동을 비롯해 4개소에서 암각화 유적이 확인됐는데, 이는 단일 시군으로서는 가장 많은 수량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그림도 동심원, 신면형, 성기가 강조된 인물형, 동모, 석검, 석촉, 톱니 모양의 기하문 등 매우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점은 암각화 제작 시기 고령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고령 지역 내에서 서로 제의 체계를 달리하는 읍락 집단의 분포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최근에 평리 암각화가 확인됨으로써 이를 통해 석기 제작과 같은 생산과 관련된 제의의 존재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고령 바위구멍 유적의 특징]

근래 들어 유적의 존재가 활발하게 확인되고 있는 것이 윷판형 바위구멍 유적이다. 현재까지 윷판형이 보고된 지역은 크게 영남과 호남, 충청 및 기타 권역이며, 특히 경상북도 지역이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또 단일 지역으로는 고령, 영일, 안동, 익산 지역이 집중적으로 확인되는데, 고령 지역이 분포의 밀집성이 가장 높고 숫자도 가장 많다. 즉, 지산리[주산] 유적 등 7개 지역 13개소에서 총 61개의 윷판이 확인된 것이다. 이는 타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가 조사된 셈이며, 단위 유적 당 윷판이 새겨진 숫자도 매우 많은 편에 속한다. 이 점 역시 윷판형 바위구멍 유적의 분포에서 고령 지역이 차지하는 위상의 일면을 잘 보여 준다.

[고령 암각화 유적과 정치 세력]

고령 지역 내 암각화 유적의 지역별 현황을 살펴보면, 8개 읍면 중 대가야읍을 비롯해 운수면, 성산면, 다산면, 개진면, 우곡면 등에서 확인되어 덕곡면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분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유적의 입지는 대부분 낙동강과 그 지류인 대가천·안림천·회천 유역 혹은 그와 연결된 소하천 변, 그리고 하천들이 흘러내리는 주변 산지의 구릉 능선상이나 산록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고령의 주요 수계를 망라하는 것이다. 또 해당 유적 주변에는 거의 예외 없이 청동기시대의 고인돌과 선돌, 주거 유적 또는 유물산포지 등이 분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들 유적들의 제작 시기를 정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수는 선사시대[청동기시대나 초기 철기시대]까지 소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석묘 상석 위에 새겨진 바위구멍은 지석묘 축조와 동일한 시기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암각화와 바위구멍 유적의 분포는 고령 지역 청동기시대 정치 집단의 분포 범위와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통해 당시 정치 세력의 분포권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암각화와 바위구멍 유적의 입지적 특징]

장기리안화리·봉평리 암각화는 각각 대가천회천·안림천 변에 위치하고 있다. 별자리형 유적은 지산3리[큰골] 유적과 같이 산지의 능선상에 입지하는 사례가 간혹 있으나, 대부분은 산지 끝자락의 평지와 연결된 산록에 위치한다. 반면, 윷판형 유적은 산당리송림리 유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지의 5부 능선 이상, 곧 산 아래의 평야지대나 하천이 잘 내려 보이는 곳에 입지하고 있다.

요컨대, 암각화는 하천변, 별자리형은 산록, 윷판형은 산지의 능선상에 주로 제작되는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점은 각각의 유적이 서로 다른 목적과 동기에서 제작된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산당리 유적에서와 같이 별자리형과 윷판형이 함께 위치하는 경우도 있어 향후 보다 풍부한 사례의 축적을 통해 상관관계를 밝혀야 할 것으로 본다.

[암각화와 바위구멍 유적의 형태적 특징]

그림이 제작된 바위면을 보면 암각화는 대부분 수직의 바위 면에 새겨진 데 반해 바위구멍 유적들은 수평이거나 비스듬한 바위면 위에 새겨 놓았다. 이는 암각화와 바위구멍 유적이 서로 기원하는 내용이나, 표현, 내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즉, 내용면에서 암각화는 신면형이나 동심원, 동모(銅矛)나 석검 등을 그렸으며, 바위구멍 유적은 별자리나 윷판 등을 그린 점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 다만, 하거리의 여성 성기 모양의 홈은 수직 바위면 위에 표현되어 있어 오히려 장기리 등 암각화와의 공통성을 보인다. 하지만 하거리의 여성 성기형은 그 제작 시기를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윷판형과 별자리형 바위구멍 유적의 경우 윷판 가운데의 十자형이나, 구멍 사이의 연결 홈은 대체적으로 해당 바위의 경사면을 고려하여 새겨지는 경향성을 보인다. 즉, 윷판의 十자형은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바위면의 경사면과 일치된다. 또 동일한 바위면 위에 새겨진 경우에도 대부분 비슷한 방향을 하고 있지만, 방향이 일치하지 않고 약간씩 다른 경우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별자리형의 연결 홈도 바위면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굵은 홈을 새기면서 주변 구멍들을 연결해 놓았다. 그렇다면 윷판형이나 별자리형은 바위면의 경사 방향을 고려한 것으로, 특정한 방향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그와 함께 구멍의 분포도 바위면의 중앙이 아니라 상부나 하부, 특히 모서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새겨지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이처럼 해당 바위면의 가운데가 아니라 모서리 부분에 치우쳐서 새긴 이유도 제작의 편의성 때문인지, 아니면 제작 과정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제의나 의례 등과 관련해서였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암각화와 바위구멍 유적의 상징성]

고령 지역 암각화 유적에 표현된 그림의 내용은 크게 동심원과 신면형, 석검·동모·톱니 모양, 기하문, 석촉, 성기가 강조된 인물상[혹은 관을 쓴 인물상]과 함께 윷판형과 별자리형, 여성 성기형, 고누놀이판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점 역시 고령 지역 암각화 유적이 보여 주는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바위그림 중 동심원은 태양[天神]을 상징하며 신면형은 지신(地神)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선사인들의 신앙 대상이었던 천신과 지신을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석검·동모·석촉형 등은 석기 제작과 관련해 이루어진 제의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성기가 강조된 남자의 형상은 다산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상징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을 관을 쓴 인물상으로 본다면 샤먼의 관모와 관련됐을 수도 있다. 여성 성기형은 다산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외에 윷판과 별자리형은 농사짓기에 필수적인 요소인 계절이나 절기 변화를 인식하기 위한 필요나 제천 의례와 연관되어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암각화나 바위구멍 유적은 성공적인 농업 생산, 석기 등의 원활한 제작, 자손의 번창 등과 같은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 위한 선사시대 사람들의 신앙 의례나 제천 의식 등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선사시대의 암각화나 윷판 혹은 별자리형 바위구멍의 제작은 당시 공동체 사회의 결집과 유지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유적이 입지한 지역은 당시 사회의 신성한 제단이자 정치·종교적인 중심지로, 삼한시대의 소도(蘇塗)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다산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 것으로 파악되는 바위구멍 유적은 선사시대 이후 근대에까지 자연의 힘을 빌려 자식 얻기를 원하는 기자(祈子) 신앙이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민간 신앙으로 전승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선사시대 사람들의 사유 체계에 바위가 가지는 불멸성 등이 결합되어 독특한 암각화[바위그림] 문화를 창출하였으며, 그 전통은 근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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